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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7조 + 민간 13조 규모 펀드
이익이 나면 투자자가 챙기지만
손실땐 세금으로 보전하는 구조
사업연속성 의문..시장원리 왜곡·자율성 침해 논란도
1.5%이상 수익·9% 파격 稅혜택 등 당근책 내놨지만
부동산 등으로 쏠린 유동성 흐름 되돌릴지도 미지수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오승현기자
홍남기(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등을 브리핑하고 있다./오승현기자

[서울경제]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을 위한 ‘정책형 뉴딜펀드’에 사실상 ‘원금보장’ 기능이 담겼다. ‘세금으로 투자손실을 보전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여기다 뉴딜펀드 조성작업이 차기 정부 집권 중반기인 오는 2025년까지 진행돼 ‘사업 연속성’도 의문이다.FX시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은 △재정이 투입되는 모자펀드 방식의 ‘정책형 뉴딜펀드’ △세제지원책을 담은 ‘뉴딜 인프라펀드’ △제도 개선에 기반한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 등 3개 축이다. 문 대통령은 뉴딜펀드에 대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원금보장 논란이 벌써부터 일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날 “정부 재정이 자(子)펀드에 평균 35%로 후순위로 출자하는데 이는 펀드가 투자해 손실이 35% 날 때까지는 손실을 다 흡수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 또한 “정부가 원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보장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 및 성격을 가진다”고 말했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정책형 뉴딜펀드의 이익은 투자자가 고스란히 가져가는 반면 손실은 세금으로 메우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이다. 정부가 투자 리스크를 부담해 민간 참여자의 원금을 사실상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향후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정부가 떠안는 구조여서 당장 자본시장을 왜곡하고 시장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반 남은 상황에서 5년간 정부·정책금융기관·민간금융기관 등의 출자를 기본으로 한 계획이 다음 정부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정부는 국민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세제혜택 및 1.5% 이상의 수익률까지 내세웠지만 뉴딜펀드가 주식·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파워볼실시간

신설되는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출자금을 바탕으로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향후 5년 동안 정부가 3조원, 정책금융기관이 4조원씩 출자해 모(母)펀드를 만들고 모펀드 아래의 자(子)펀드는 모펀드 출자금에 민간자금 13조원을 매칭해 총 20조원으로 운영된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뉴딜 관련 창업 벤처기업, 뉴딜 관련 민자사업, 프로젝트 등에 투자된다. 투자 방법은 주식 및 채권 인수, 메자닌증권(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인수, 대출 등이다.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펀드 자금의 35%인 모펀드가 후순위채권 등 위험성이 높은 투자를 맡고 민간자금이 선순위에 투자한다는 데 있다. 즉 민간투자자가 가입한 뉴딜펀드가 최대 35% 손실이 나지 않는 한 원금이 보장되는 것이다. 다만 자펀드의 성격, 정책적 중요성에 따라 모펀드의 매칭 비율은 조정된다.

뉴딜펀드의 목표수익률은 국고채 금리보다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1년짜리 예금이자가 0.8%, 국고채 3년물이 0.923%, 10년물이 1.539%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뉴딜펀드는 그린·디지털사업에 투자하고 상대방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손실이 (크게)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정부가 평균 35%를 후순위 출자하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원금이 보장된다고 명시하지 않지만 사후적으로 원금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추진하면서 원금보장과 함께 3% 안팎의 수익률을 제시했다가 반시장적이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수익률은 이보다 줄었지만 정부가 결국 세금을 투입해 투자자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는 그대로여서 여전히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을 침해한다는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들은 투자할 때 손실이 날 수 있는 펀드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정부가 위험을 떠안은 것”이라며 “이익이 날 거라고 하면 굳이 정부가 나서서 (뉴딜펀드를 신설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뉴딜펀드가 제대로 운영될지 불투명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날 5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조성하는 방안 외에 5년간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100조원의 뉴딜금융을 지원하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정책금융기관의 연간 자금공급액 중 뉴딜 분야 비중을 오는 2025년까지 1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다음 정부에서도 정책이 계속 이어질지는 모르겠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이날 뉴딜펀드에 대한 투자자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세제혜택도 제시했다. 뉴딜 인프라펀드에 대해 투자금액 2억원 이내의 배당소득 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분리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뉴딜 인프라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자펀드 방식의 민간금융기관·연기금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단 세제혜택은 뉴딜 분야 인프라에 절반 이상 투자하는 공모 인프라펀드로 제한적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억원 한도에 5%대의 저율 과세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발의한 법안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프라펀드가 갖는 특성상 이 정도 유인을 줘야 뉴딜펀드로서 작동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부 세제상 적정 규모의 지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딜펀드 외에도 배당소득에 9%의 과세를 적용해주는 상품은 다수 존재한다. 이 때문에 뉴딜펀드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에 아무리 유동성이 풍부해도 펀드 수익률이 나와야 사람들이 투자할 것”이라며 “정부가 후순위로 간다고 하지만 그건 손실이 났을 때고 펀드가 투자하는 뉴딜 프로젝트가 얼마나 수익성이 있을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놓고 다시금 금융권이 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 펀드라고 강조하지만 금융산업은 전형적인 규제산업인 만큼 금융기관이 사실상 정부의 눈치를 보며 비자발적 참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가 민간의 팔을 비틀어 생색은 정권이 누렸던 이명박 정부의 ‘녹색펀드’,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처럼 시작만 화려했던 ‘관제펀드’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파워볼실시간

정부의 뉴딜펀드 조성에 금융투자 업계는 겉으로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했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일단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미 기간산업안정기금·증시안정기금 등의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출자해왔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출만기와 이자상환 유예를 6개월 추가 연장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나올 때마다 화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관치와 규제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집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 구조여서 금융기관은 정부의 눈치를 더욱 살핀다. 이런 상황에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민간이 거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이런 식의 정책펀드 나올 때마다 부실이 생길 수도 있고, 자금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지 않을 리스크도 있다”며 “은행에서 판매하다가 불완전 판매 이슈가 또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금 손실을 은행이 모두 보상하라고 권고한 라임펀드 사태를 예로 든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면 코로나, 뉴딜이면 뉴딜, 이렇게 금융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금융사들이 지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달라”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뉴딜펀드처럼 정부가 앞장섰던 관제펀드가 용두사미로 끝난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는 40개가 넘는 녹색펀드가 출시됐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에 통일펀드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이들 펀드는 출시 직후 정부의 지원 아래 자금이 몰렸고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했지만 정권교체 이후 동력이 끊기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대부분의 자금이 이탈하면서 펀드 규모는 쪼그라들었고 수익률도 저조한 상태다. 펀드 출시에 따른 성과는 정부 차원의 치적으로 평가받지만 투자했던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비판은 금융기관이 질 수밖에 없어 민간의 고민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뉴딜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을 세밀히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만족하는 수익을 낼지 의문이다. 정부가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으로 예를 든 신재생에너지나 수소경제 등은 아직 사업 초창기에 불과한데다 최근 유가 하락 추이 등을 감안하면 존속기간(5~7년) 내에 일각에서 거론됐던 3%가량의 수익률을 거두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3일 정부의 정책형 뉴딜펀드 설명자료에 따르면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는 뉴딜 프로젝트와 뉴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로 수익을 낸다.

정부는 뉴딜펀드 투자 대상의 예로 △수소충전소 구축과 같은 뉴딜 관련 민자사업 △신재생에너지시설과 같은 뉴딜 인프라 △수소·전기차 개발 등 뉴딜 관련 프로젝트 △뉴딜 관련 창업·벤처기업을 들었다. 정부는 주식이나 채권 인수, 메자닌증권(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대출 등을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첨단제조·자동화 등과 관련된 ‘디지털뉴딜’과 기후기술 보유 기업 및 에너지산업 기업 등이 포함된 ‘그린뉴딜’로 나뉜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정부는 이번 뉴딜펀드 신설과 관련한 자료에서 예상 수익률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앞서 언급했듯 3%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공개한 ‘탈원전 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의 단가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단가보다 저렴해지는 이른바 ‘그리디 패리티’는 오는 2047년에나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화탄소 저감 등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예시로 든 수소차 또한 판매량 부진 등으로 당분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는 지난 7월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수소전기차 출시 7년 만으로, ‘테슬라’가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과 비교해 성장세가 더디다. 정부가 뉴딜펀드 투자 가능 기업으로 ‘녹색인증기업’ 등을 들었지만 투자 대상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투자 대상이)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지만 투자 가능한 뉴딜 프로젝트를 최대한 정부가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기자, 김지영·이지윤·김광수기자 chopin@sedaily.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0.09.03.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0.09.03. kmx1105@newsis.com

정부가 3일 20조원 규모 정책형 뉴딜펀드 조성 방안을 확정했다. 한국판 뉴딜 사업을 가속화 하고,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 부동산·주식 시장 과열 문제도 해결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펀드에 대한 정부 지원이 과도해 “결국 혈세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2달 만에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정책금융기관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해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2020.09.0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정책금융기관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해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2020.09.03. since1999@newsis.com

뉴딜펀드 계획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후 열린 비공개 토론에서 ‘디지털·그린 국민참여 인프라 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해 풍부한 유동성을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한국판 뉴딜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국민과 이익을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해 디지털·그린 국민참여 인프라펀드를 조성하자”고 했다.

같은 달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 부문에서 국민이 함께 참여해 수익을 향유할 수 있는 민자 유치 펀드를 적극 구상하라”고 지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정부·여당은 8월 5일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을 개최하는 한편, 수시로 정부 내 관계부처·기관간 실무협의 및 업계 간담회를 열어 뉴딜펀드 계획을 구체화 했다. 지난달 20일 홍 부총리 주재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방안을 가다듬어 9월 3일 최종 계획을 공개했다. 이광재 의원의 첫 제안부터 최종 대책이 나오기까지 두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결국 혈세 투입” 지적도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정책금융기관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해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2020.09.03.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정부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정책금융기관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비롯해 민간금융 대표들이 참석했다. 2020.09.03. since1999@newsis.com

정부는 뉴딜펀드 조성·운영으로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 추진 △시중 유동성의 생산적 활용 △국민과 성과 공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뉴딜펀드에 원금보장 효과가 있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인프라 사업 추진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재정이 대거 소요된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후순위 출자로 투자액의 평균 35%까지 손실을 보전하기로 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재정으로 메워주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국채 발행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이 많이 나는 인프라 사업이라면 민간이 하면 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뉴딜펀드를 정당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온라인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며 “혈세가 투입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중산층 투자자에 대한 특혜며, 분리과세 등 혜택이 절세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 대표는 “뉴딜펀드의 특혜, 절세는 자본시장의 원리와 부합하지 않고 공정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녹색성장·한식세계화 위해 설립
1년째 다른 기관과 통합 심의 중
‘녹색’은 간부 8명 떠나 업무 마비
‘김치’는 기관장 열달째 공석사태

2013년 당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넷째) 등이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녹색기술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 오른쪽 사진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 녹색성장위원회,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2013년 당시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넷째) 등이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녹색기술센터 개소식에 참여했다. 오른쪽 사진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세계김치연구소 전경. [사진 녹색성장위원회, 세계김치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녹색’도 ‘김치’도 다 접겠다는 뜻일까. 이명박 정부 당시 출범한 과학기술 출연 부설 연구기관인 녹색기술센터(GTC)와 세계김치연구소가 통폐합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와중에 핵심 연구인력들이 연이어 퇴사하거나, 기관장의 장기간 공석 사태 등이 이어지는 등 기관 운영에 홍역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GTC는 올 들어 전체 직원 50여 명 중 책임·선임급 핵심 연구위원 6명 등 총 8명이 다른 기관이나 대학 등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퇴사했다. 설상가상 올들어 전세계에 퍼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하재호 소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10개월째 기관장이 공석 중이다. 부소장이 직무대행 형식으로 연구소를 이끌고 있지만, 신규사업은 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업무만을 이어오고 있다.

GTC는 2011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제행사인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GGGS)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설립을 선언한 기관이다. 이후 2013년 2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기관으로 설립됐다. 한국의 녹색기술 성과 확산을 선도하고, 해외 우수 녹색기술 연구기관과 공동협력을 통해 녹색기술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국내 김치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2010년 1월 한국식품연구원의 부설 기관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식 세계화’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두 기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10개월 동안 연구회가 주관하는 통폐합 추진 테스크포스(TF)의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서 두 기관을 본원과 통합하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 출발점이 됐다. 당시 예결위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부설 연구기관 중 규모가 작고 연구성과가 제한적인 세계김치연구소와 녹색기술센터에 대해서는 독립 운용에 따른 소요비용을 고려하여 본원과의 통합 등 효율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신속히 TF를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KIST가 GTC 통합을 거부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녹색기술센터는 산하 연구기관 평가에서 2015년 ‘미흡’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16년과 2018년 평가에서는 ‘보통’으로 올라갔다. 세계김치연구소도 2013년, 2016년 연속 ‘미흡’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엔 ‘보통’으로 평가가 상승했다.

하재호 전 세계김치연구소 소장은 “김치연구소는 녹색기술센터와 함께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졌다는 오해를 받아온 데다 초기 기관 평가도 나빠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공격을 계속 받아왔다”며 “설립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연구소가 정착돼 가는 중에 통폐합 논의가 이어지고 소장자리가 장기간 비어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성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기관지원팀장은 “애초에는 올 1, 2월에 TF를 끝내려고 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TF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0개월째 기관장 공석 상황인 것은 사실이지만, 두 기관의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커버스토리]감염병 쇼크에 기업들 조업 중단.. 실직보다는 일시 휴직자 크게 늘어
60대 이상-20대 이하 휴직 급증.. 한은 “일부는 실업자 전환 가능성”
코로나 재확산에 고용시장 급랭 우려

내 항공사 직원 김모 씨(38)는 올해 5월부터 휴직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출근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현재 유급 휴직이지만 언제 무급 휴직으로 전환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김 씨는 “회사로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먹고살 길을 찾아 뭐라도 새로 배워야 하나 싶다”고 했다.

○ 보건위기가 바꾼 실업 지형

3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내놓은 ‘일시 휴직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일시 휴직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3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늘어났던 일시 휴직자 수(2009년 1분기·7만3000명)의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도 6배(1998년 3분기·12만 명)가 넘는다. 일시 휴직자는 일시적인 병이나 사고, 육아, 사업부진·조업중단, 가족적 이유 등으로 조사 대상 기간에 일하지 못했지만 일시 휴직의 이유가 해소되면 복직 가능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시 휴직자 수가 과거 위기와 달리 급증한 데는 코로나19가 보건위기라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박창현 조사총괄팀 과장은 “외환위기 때는 기업들이 바로 도산하면서 일시 휴직자보다는 실업자가 많이 늘었던 반면 이번에는 감염병에 따른 조업 중단 등으로 실업보다는 일시 휴직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시 휴직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올 3월부터 4월까지 전체 일시 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9만5000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92%(109만4000명)가 서비스업 종사자였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재택근무가 어렵고 대면업무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 교육, 예술·스포츠·여가 등에서 일시 휴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0% 넘게 증가했다.

○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휴직자 복직률 42% 유지 가능하나

연령별로는 60대 이상과 20대 이하에서 일시 휴직자 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3월부터 7월까지 60대 이상 일시 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만 명이 늘었고, 20대 이하의 경우 18만5000명이 증가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코로나19로 쉬는 경우가 많고, 20대 이하 젊은층들이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 구조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늘어난 일시 휴직자 수는 국내 경제에도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일시 휴직자 가운데 일부가 실업자로 전환될 수 있는 데다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일시 휴직자의 복직이 지연되고 기업의 신규 채용도 축소되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시 휴직으로 인한 임금 하락이 가계 소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일시 휴직자의 복직률이 과거 평균 수준인 42%(2017∼2019년 기준)를 유지한다고 하면 일시 휴직자 수는 단기에 안정될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번 전망에는 지난달부터 나타난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통계상으로는 일시 휴직자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이사람들은 실업자로 봐야 한다”며 “개개인들의 고용 사정 악화뿐만 아니라 앞으로 고용 시장이 급격히 안 좋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5년간 공공기관 빚 472조→571조
정부 정책에 ‘쌈짓돈’처럼 동원
LH·한전·건보 재무구조 특히 악화
빚더미 석유공사, 자산재평가까지
“정부 대신 공기업 빚 늘린 건 분식”

정부만이 아니라 공공기관도 빚더미에 올랐다.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부채는 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4년 후 공공기관은 자기자본의 1.7배가 넘는 빚을 지게 된다. 공공기관 자금을 정부의 ‘쌈짓돈’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72조3000억원에서 출발한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521조6000억원으로 올라선다. 현 정부 임기 말인 2022년에는 571조원으로 불어난다. 이전 정부로부터 660조2000억원(2017년)의 빚을 물려받고 1070조원의 빚을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문재인 정부가 추가로 공기업 빚만 100조원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한 빚 눈덩이는 멈추기가 어렵다. 기재부는 2024년엔 615조8000억원으로 600조원 선도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 실적과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 실적과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들어 재무 구조 악화가 특히 눈에 띄는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 있는 곳이다. 공공임대 확대 등 주거복지 로드맵(LH), 탈원전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한전),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건보공단) 등이다.

LH의 올해 부채 규모는 132조3000억원이다. 현재 추세면 2024년 180조4000억원으로 빚이 늘어난다. 4년 만에 50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셈이다. 이 기간 한전 부채도 61조4000억에서 76조9000억원으로 15조5000억원 늘어난다. 올해 건보공단 빚 역시 13조원에서 16조2000억원으로 올라선다. 이 기간 3개 공공기관에서 순수하게 늘어나는 빚만 66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부채 비율도 급격히 늘어난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LH 부채 비율은 246.3%에서 257.1%로, 한전은 117.2%에서 153.9%로, 건보공단은 80.6%에서 116.1%로 악화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사업 영역이 ‘시장 실패’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수익성만으로 판단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 실패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도 대규모로 적자가 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동원되면서 불어난 부채는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날 석유공사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보유 토지 감정평가 용역’ 공고를 냈다. 석유공사가 울산·거제 등에서 보유한 1022만7249㎡ 규모의 토지 가격을 다시 평가하는 사업이다. 석유공사가 2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내고 감정평가를 하는 것은 고육지책인 측면이 강하다. 토지 가치가 올라가면 재무구조가 일부 나아 보이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말이면 누적 적자와 부채로 자본금을 모두 까먹는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조10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3415.8%까지 치솟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부실투자에 무리하게 나선 탓이 컸다.

석유공사와 함께 자원외교에 동원됐던 한국광물공사 상황은 더 나쁘다. 2015년 부채 비율이 7000% 가까이 치솟았고 2016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광물공사도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 매장된 구리, 코발트 등의 자산 가격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의 부채도 결국 쌓이면 정부 자금, 세금으로 막아야 하는 돈”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며 늘어나게 된 빚을 공공기관 부채로 숨겨놓는 ‘분식회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도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채무 수치에 잡히지 않을 뿐 사실상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빚”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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